January 2010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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당신의 집
인터넷에는 무수한 페이지들이 있고, 무수한 공간들이 있다.
곳곳에 흩어져있는 내 정체성들을 한 곳에 모아놓기는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.
내 마음, 내가 쓴 글들이 다시 찾을 수 없을 지도 모르는 무수한 공간을 떠돈다.
그 무한의 어지러운 공간 중에서 적어도 한 곳은 오로지 당신만을 위해 존재하는 ‘당신의 집’으로 만들고 싶었다.
바로 이 곳이, 내가 마련한 소박한 ‘당신의 집’이다.
참을 수 없는 이해의 가벼움
사람들은 이해한다는 말을 너무 쉽게 내뱉는다.
나도 그렇다.
‘네 맘 다 이해해’라는 말을 자주 한다.
사실은 이해하지도 못 하면서, 말로만 이해했다고 한다.
우리가 이해한다는 말을 자주 내뱉는 건 머리로는 네 말을 이해했다는 뜻이다.
그걸 마음으로 이해하고, 포용하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.
다른 사람을 이해한다는 건, 그 사람이 나와 다르다는 것을 인정한다는 뜻이다.
그 다름을 인정하는 게 사람을 이해하는 첫 단계인데, 사람들이 가장 못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그것이기도 하다.
나와 다른 너를 먼저 인정하고 마음을 열어야 그 사람을 이해할 수 있는 마음의 문이 열린다.
나는 이제야 비로소 네가 나와 다르다는 걸 인정하는 단계인 것 같다.
머리로는 이해했었지만...
보고도 못 본 척
우리 인생살이에서 알고도 모르는 척, 보고도 못 본 척, 듣고도 못 들은 척 넘기는 그 헤아림과 짐작의 여백이 그 얼마나 깊고 포근하고 넉넉한 삶의 미학입니까.
조정래, ‘황홀한 글감옥’ 중에서
실제 이렇게 살기는 얼마나 어려운지…
오히려 몰라도 아는 척, 못 본 것도 본 척, 못 듣고도 들은 척 하지 않았나 싶다.
그래서 삶이 힘겹다고 느꼈는지도 몰라.
한 번 소용돌이에 휘감긴 감정은 계속 격해져만 갔어.
정곡을 찌르는 이 글을 보며 볼수록 실망스러운 사람이 되지 말자고, 볼수록 매력적인 사람은 못 되더라도 그래도 한결 같은 사람은 되자고 다짐해본다.
사랑받는다는 건
“사랑받는다는 건 때로 두려움을 동반하는 것이지. 복잡하기 이를데 없는 우리 인생에서 신은 간혹 나쁜 때를 골라 좋은 사람을 보내준단다.”
- 기욤 뮈소, ‘당신 없는 나는?’ 中
누군가에게 사랑받는다는 것에 대해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.
자신의 상황이 나쁠 때 사람들은 자신이 사랑할 처지도, 사랑받을 자격도 없다고 생각한다.
하지만 사랑은 누구에게나 또 어느 때나 다가오는 것이다.
두려워 뒷걸음질 치면 당신 일생에 단 한 번 뿐일지 모를 사랑을 놓칠 수도 있다.
좋은 때만 찾아오는 게 사랑이라면, 그것의 깊이는 가늠하기 힘들다.
나쁜 때에도 찾아와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이라면, 두려움 없이 그저 받아들여도 된다.
해준 것이 없어 미안해 할 필요도,...
사랑합니다.
“소동파의 [마음속의 대나무]라는 책에 이런 얘기가 나와. 옛날에 글을 짓는 사람은 글에 능한 것을 ‘좋은 글’로 여긴 것이 아니라, 쓰지 않을 수 없어 쓴 글을 ‘좋은 글’로 생각했대. 산천의 구름과 안개, 초목의 꽃과 열대모 충만하고 울창하게 되어야 밖으로 드러나듯이, 마음속 생각이 충만하면 글은 저절로 써진다고.”
당신이 읽어보라고 내밀었던 책 ‘백수생활백서’에 나온 내용입니다.
인용의 재인용인 셈이죠.
이 글을 읽다 문득 당신이 생각났습니다.
당신이 내게 쓴 글은 ‘쓰지 않을 수 없어 쓴 글’이었다고.
그래서 당신의 글을 읽으며 ‘좋은 글’이 아니라...
기억과 추억
사랑이 위대한 건 기억을 추억으로 바꿔주기 때문이라고 한다.
단지 기억으로만 남는 건 그저 과거일 뿐이다.
하지만 추억이 되는 건 그 지난 시간에 있었던 하나 하나의 눈짓과 몸짓을 기억하고, 그 감정이 그대로 전달되기 때문일 것이다.
추억을 남기는 사랑은 그래서 아름답다.
길지 않은 시간이지만 당신을 생각하면 추억들이 밀려온다.
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
내가 세상에서 가장 부러워하는 커플은 선남선녀도 아니고, 이제 막 사랑을 시작하는 연인들도 아니고, 막 결혼한 사람들도 아니다.
내가 가장 부러운 커플은 노부부들이다.
함께 한 세월의 익숙함에 서로 무뚝뚝하고, 뭘 해도 나와는 아무 상관이 없다는 듯 뚝뚝 말을 던지고, 티격태격 하지만
미끄러운 길에선 여전히 슬쩍 손 잡아주고, 술을 많이 먹고 들어오면 건강을 걱정해주고, 서로가 곁에 없음을 두려워하는 그런 노부부들 말이다.
손 잡는데 설레임이 없어도 익숙한,
함께 있는데 뜨거워지지 않아도 아늑한,
그런 세월과 생활을 함께 겪어온 노부부들이 참 부럽다.
때로는 믿음이 깨지기도 하고, 죽이고 싶을 만큼 밉기도 한 순간이 있을 테지만
그 모든 것들을 견딜 수 있었던 건 사랑에서 시작된 함께하고...
쿨하다는 것
사랑하는 사람 앞에서 쿨해지기란 힘든 일이다.
아니 불가능한 일이다.
그냥 친구나 일반 사람들 앞에서야 얼마든지 쿨해질 수 있지만,
사랑하는 사람은 사랑하기 때문에 쿨해지기가 힘들다.
하는 말 하나 하나, 하는 행동 하나 하나에 신경이 쓰이기 마련이다.
내가 하면 아무렇지도 않았던 것들, 친구가 하면 아무렇지도 않았던 것들이
아무렇지도 않은 게 아닌 게 된다.
그래서 사랑하는 사이에 ‘쿨하다’라는 건 그만큼 사랑하지 않는다의 다른 표현이라 할 수 있다.
어른들은 참 이상해요.
어른들은 참 이상해요. 좋아하는 사람한테 좋아한다고 말을 못해요. 몰래 훔쳐만 봐요. 그리곤 우리한테만 좋아하는 친구 생기면 고백하래요. 어른은 고백을 못한대요. 그 사람 마음을 모른다면서. 내가 좋아한다고 말하는게 고백 아닌가요? 어른들은 참 이상해요.
극소수의 사람
사람에게는 정말 다양한 모습이 있다. 대부분의 사람들은 한 사람의 단면만을 본다. 그보다 조금 적은 사람들이 그 사람의 다른 모습들을 보고, 극소수의 사람들이 그 사람의 숨겨진 모습을 보곤 한다.
당신은 내게 그 극소수의 사람이다. 나도 모르고 있던 내 모습을 끄집어낼 수 있는 그런 사람이다.
그래서 아마도 나는 당신을 사랑하는 것 같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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자만심
나는 자만하고 있었다.
나는 당신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데 당신은 그러지 못한다고 생각했다.
그래서 모든 건 다 당신이 잘못했고, 다 당신 탓이라고 생각했다.
그렇게 생각하니 내가 불쌍하고, 억울했다.
그 자만심에 빠져 당신에게 상처를 입혔다.
그러다 알게 됐다.
난 그동안 당신을 이해하고 있었던 게 아니라는 걸.
어쩌면 나 자신을 합리화하면서 ‘나는 착해’라고 최면을 걸었는 지도 모른다.
다시 당신 입장에서 생각하려고 노력하니, 난 아직도 멀었다는 생각이 든다.
당신을 이해하는 게 아니라 이해하려는 노력을 이제 시작하는 것 같다.
다소 시간이 걸리겠지만 이것이 다 과정이니까.
자만에 빠지지 않도록 노력해야겠다.